Review 스페이스 씨

물질, 신성, 영혼 그 빛의 스펙트럼(스페이스 씨 배명지 큐레이터)
박현주 전 2003.9.19-10.3 인화랑
아트지 10월호 EXHIBITION Review

 
박현주의 회화적 오브제에는 빛이 흐른다. 사각의 오브제 내부에서 부상하여 외부로 전이되는 빛은 물리적 속성을 넘어 인간의 내면에 까지 파장을 일으키는 신비한 에너지를 지닌다. 박현주는 동경예대 재료기법 연구실에서 프라 안젤리코의 이콘화를 모사하며 빛의 형상성과 정신성을 내면화한다. 중세 이콘화가 발현하는 천상의 빛, 물질과 정신의 구분을 와해하는 숭고한 빛은 박현주의 작품 내면의 빛을 읽어내는 키워드이다. 그의 작업 속 빛의 근원은 정방형 나무상자에 입혀진 금박과 템패라 물감에 의해 표현된 다양한 색의 표정들에 있다. 특히 나무상자의 네 측면을 두른 금박은 조명을 받아 반사되면서 금속성의 번쩍임을 넘어 신성한 에너지를 파생시킨다.

사각의 틀과 그 위에 덧씌어진 부단한 회화작업은 그의 작업을 회화와 오브제의 중간지점에 놓이게 하면서 회화와 조각을 통합하는 미니멀리즘의 특수한 오브제로 인식되게 한다. 사각의 기하학적인 규칙성과 반복적인 입방체로 대변되는 박현주의 작품 내면의 빛은 일견 도날드 져드의 작품을 연상시키기도 하지만 그의 작업은 미니멀리즘이 제시하는 즉물성 대신 금박을 붙이고 연마하며 반복해서 칠하는 세밀하고도 지루한 노동의 과정으로 집약된다. 이 과정에서 작가는 자아를 소멸시키고 스스로를 작품에 순응시키며 내면의 절대자와 조응한다. 부단한 손의 놀림은 어느덧 육체와 정신, 주체와 대상의 대립을 무너뜨린다.

이처럼 작가는 내면의 빛을 통해 자아를 투사하고 반성하며 삶의 문제를 성찰한다. 그에게 빛은 자신의 내밀한 공간이 세상과 만나는 접점이다. 작가가 작업을 바라보는 이러한 방식은 미술의 객관성을 강조하고 작품에서 삶을 검열하는 서구 모더니즘 의 자기 비판성과는 엄밀히 구별된다. 박현주에게 빛은 작품 내부로부터 배어 나와 망막을 진동시키는 물질로서의 빛이면서 정신을 고양시키는 신성한 빛을 상징하고 EH한 인간의 내면을 비추어 보게 하는 영혼의 빛을 지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