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토 요시오 갤러리 KAZE

갤러리 KAZE,osaka
박현주  INNER LIGHT2002.6.10-22
Independent Curator, KATO Yoshio
 
FIFA월드컵의 개최를 계기로 금년 2002년은 이웃나라 한국과의 다양한 한일문화교류가 일본 전역을 걸쳐서 활발히 열리고 있다. 이 곳 오사카에는 한일 문화교류의 프로그램의 하나로  박현주의 ‘INNER LIGHT’전시가 열리고 있다.

작년 봄, 나는 전시회의 기획준비로 서울을 방문하게 되었는데 한국 작가들의 작업실을 둘러 보게 되었다. 박현주의 작업실 방문이 스케쥴의 마지막이었다. 당시 박현주는 유창한 일어로 나를 맞이 하였다. 이야기를 듣고 보니 그녀는 일본에 건너간 한국 유학생으로 1996년부터 동경예술대학대학원박사과정에 재학 중이었다. 작업실 바닥에는 몇 개의 나무 상자가 놓여져 있었는데 아무리 보아도 상자는 회화작품인지 조각 작품인지 알 수가 없었다. 언뜻 본 인상으로는 그림으로 보아도 무방하고 조각 작품으로 보아도 무관하게 보였다. 나무상자의 크기는 어느것도 모두 23×23×10센티의 직방형이었고 정면으로 보이는 표면에는 고전기법의 하나인 탬패라물감으로 섬세한 줄무늬가 그려져 있어 추상회화의 요소가 강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리고 나무상자의 네 측면에는 금박이 입혀져 있었다. 나무상자는 몇 개가 한조가 되어 벽면 위에 걸리는 식이 되는데 이때 놀랍게도 오브제 측면의 금박면은 조명에 의해 난반사를 일으키게 되면서 시각적 효과를 강하게 드러내게 된다. 이 오브제는 물질적인 조각과 광학적 효과를 지닌 회화가 한데 어울려져 촉각적이면서도 시각적인 예술 작품으로 변모하고 있다. 인류는 고대로부터 황금의 빛이 지니는 불가사의한 힘에 매료되어 왔다. 박현주와 황금빛과의 만남은 초기 이태리 르네상스의 승려이자 화가인 프라 안젤리코의 성상화를 모사하게 되면서부터 시작되어졌으며 모사 작업의 가운데 이러한 선명한 색채와 황금의 빛이 있었다. 박현주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사물이 지니는 일류젼과 실체의 문제에 항상 의문을 품어왔다. 사물이란 외부의 빛에 의해 비로소 그 실체가 드러나는 것이며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물의 실체란 사물 내부에서 발하는 빛에 의해 더욱더 명확해 진다는 사실이다. 사물의 실체로써의 빛을 내적인 빛이라고 이름짓고 작업의 주제로 삼고 있지만 사물의 실체는 영원히 도달되지 못할 것이라는 느낌을 가지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나에게 가장 소중한 것은 내적인 빛에 서서히 다가가는 과정이다”

내적인 빛 즉, 내면의 빛이란 물리적인 측면에서의 빛의 입자가 지니는 중량의 문제를 벗어나 사물 그 자체에서 나오는 고유의 에너지에 다름 아니다. 박현주의 INNER LIGHT는 프라 안젤리코의 작품이 지니는 내적인 빛의 힘과 마찬가지로. 회화적 공간을 빌려서 성스러운 종교적 공간으로까지 확장되고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박현주의 나무 상자의 작품은 언뜻 보면 20세기의 미니멀 아트의 요소를 강하게 풍기지만, 작품의 내용은 15세기 초기 르네상스의 정신을 그대로 이어 받고 있다. 르네상스는 고대를 부활시켰으나 박현주는 오백년간의 시공을 건너뜀으로써 르네상스의 빛을 현대에 재생시키면서 현대의 르네상스를 꿈꾸고 있는지도 모르겠다.